나는 시인입니다.

사라지는 바침

마루치아라치맘 2019. 1. 10. 10:19


학교가 하쿄
운동이 운도미
생일이 새일
치는 글자는 받침을 귀찮아 한다.


받침이 나오도록 숨죽여 기다리는 동안
저절로 연음이 되는 문자에
한숨을 쉬며 천*천*히
라고 되새긴다.


오늘도 나는 문자를 친다.
손목에 근육이 없어져
연필을 오래들지 못하고
속도가 나지 않는다.
오른손 중지에 박힌
구등살도 사라져 간다.


약해진 손목을 잡고
올해는 다이어리를 사서
펜으로 적어
향내나는 글자를 좀 그리기로 다짐한다.


솔나무가 소나무로
돌이 돌로
넘어가 너머로
고전이 되어
사라진 받침들


뜨란채 아파트
글로벌화가 되면서
기업명도 표준말대신
단순함을 간택했다.


받침을 세워놓은
한글을 보고
프랑스 선교사가
그림같다고 했다.

햅쌀
부엌

손깍지
얼음


즐비하게 놓인 중심을 세운
받침글자들


서서히 치는 문자의
타킷이 되어
연음화 되어 지겠지


역사를 그렇게 철동같은 원칙을 버리고
단숨함을 택하고 있다.


역사가 너무 고리타분하고

불합리한 줄 알았는데
부지불식간 변하는 것을
체험하면서


나도 따라
혁명처럼
단순함을 간택하게 된다.


행복도
단순함에서 온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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