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인입니다.

절을 하면서 이름을 불러본다.

마루치아라치맘 2018. 7. 8. 15:30

나이가 들수록 외롭고 섭섭하고 허전하다. 때로는 불안하다.
아침에 일어나 방석을 깔고 절을 한다. 절을 하면서 기도해 주고 싶은 사람의 이름을 불러 본다. 처음에는 남편, 자녀, 부모님, 시어른, 그리고 동료들, 가까운 사람 이름을 불러본다. 몇일전  전철역 전단지를 배부하는 아주머니가 전단지를 줄 때 비도오고 귀찮아서  무시한 것이 마음에 걸려, ‘전단지 아줌마’라 이름 부르고 ‘다음부터 전단지 받을게요.' 라고 자문해본다.
절을 하면서 이름을 불러보니 그 이름이 정겹다. 서운했던 후배인데 이름을 불러보니, 후배에게 축복하는 주문이 새어 나온다.
내가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부르고 절을 할 때, 나를 더욱 사랑하게 된다. 마법 같다.
남편이 스무 살 아들의 모습을 보더니 낡은 사진첩에서 같은 시절 사진을 휴대폰으로 찍어 나에게 보냈다. 남편은 말한다. ‘나는 내가 정말 못생긴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잘 생겼네. 당시 돈이 없어서 선생님이 무시하고, 친구들도 무시하여 나 자신이 못났다고 생각했는 것 같아. 나는 못생기지 않았네.’라고 자문하였다.

나도 남편처럼  내가 참 못났다고 생각했다. 감수성 강한 나는 죽고 싶을 만큼 슬펐다. 나의 과거도 어두웠다. 치맛바람 부는 엄마, 메이커 신발신은 친구들이 예쁘고, 그렇지 않은 나는 스스로 못생겼다고 생각했다.

딸이 고등학교 들어가서는 눈이 작다고 투정하고, 대학교 들어가서는  얼굴이 크다고 심각하게 투정했다. ‘나는 왜 이리 얼굴이 커. 왜 이렇게 낳았어! 라고 투정하며 나를 힘들어 했다. ‘너 자신을 사랑해. 남과 비교하지 말아’ 라고 나무랐으나, 그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 딸이 지금은 말한다. ‘어머니 !나 이쁘제. 내 다리 이쁘제.내손 참 이쁘제.’ 라고 하였다. 딸은 자신의 모습을 이제야 받아들이고 자신을 이쁘고 사랑스럽게 생각한다. 당당하니 더 예쁘게 보인다. 자존감이 없을 때 사람에 시험을 당한다. 상대방은 아무 의미 없이 내뱉은 말을 부여잡고 혼자 고통스러워하는게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그 마음이 지옥이다.
비록 물러 받은 모습은 남과 비교해 특출하지 않지만, 운동도 열심히 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 나름대로 진실하게 살다보니, 남들과 비교해서 지금은 부끄럽지 않다. 나도 이런 내 모습이 참 좋다. 예쁜 사람과 같이 찍은 사진을 보면 못났다고 느끼지만 몇 년 지나 사진을 보면, 옆 사람도 나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조금의 차이는 나지만 같은 또래 모습속에 하나의 소품일 뿐이다.
아침에 일어나 절을 하면서 떠오르는 사람들 이름을 불러 보면, 모두가 그립고 소중하다. 더욱 나 자신을 사랑스럽고 이쁘게 받아들인다. 그럼 힘이 난다.  당당하게 하루를 보내게 되고,  내 얼굴은 더욱 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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