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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을 보고

마루치아라치맘 2018. 1. 3. 00:34

‘1987’을 보고

1986년 학번이다. 학교에 들어갔을 때 부모님은 걱정하셨다. 아버지는 운동권 선배들 만나면 안 된다고 하셨다. 김대중은 빨갱이라고 하셨다. 대학교 들어가고 아버지와 말다툼을 많이 하였다. 아버지는 김대중은 빨갱이라고 하고, 나는 아니라고 소리쳤다. 지금 생각하니 나도, 아버지도 김대중을 제대로 몰랐었다. 그냥 정권유지를 위해 국민들을 선동시키는 것을 모르고 그것에 물들어 있었던 것이다.

대자보가 많이 붙었다. 광주사태(지금은 광주민주화운동으로 바뀜), 독일기자가 찍은 동영상을 보았다. 운동권 선배들은 세상을 뒤엎어야 하며, 지금 정권이 시민을 죽인 살인범이라고 하였다. 대자보에는 그런 이야기로 도배를 하였다. 남의 나라 이야기 같았다.

 

1987영화의 여주인공이 한말처럼 그런다고 바뀌는 것이 없다

나도 그녀와 같은 생각을 하였다. 그러면서 운동권 선배는 가까이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박종철 학생이 죽었다. 그것이 도화선이 되어, 대부분의 학생들이 동참을 하였다.

학교에 가면 학생들이 투표를 하였다. 수업거부, 시험거부를 하였다. 결국 교수님들도 어쩔 수 없어, 레포트로 대신하여 성적을 매겼다. 그리고 다시 이한열 학생의 죽음으로 온 시민들이 다 일어났다. 버스에서 태극기가 휘날리고, 10차선 대로에 시민들이 가득 모여 전진을 하였다. ‘동지, 타는 목마름으로, 농민가, 그날이 오면, 상록수, 아침이슬등을 줄기차게 불렀다. 특히 아침이슬을 부를때면 목놓아 울었다. 지금도 아침이슬과 상록수를 들으면 가슴이 뜨겁다.

 

‘1987’에서 서울, 대구, 부산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경북대 부근 같기도 하고, 북비산 네거리 같기도 하였다. 대구의 모습이 그랬고, 그 속에 나도 있었다.

그러다가 6·29선언을 하고, 거품처럼 모든 것이 가라 앉았다.

 

시민들이 모두 일어났으나, 역사는 다시 회귀하는 듯하였다.

뭐가 바뀌었나? 다시 그 나물의 그 밥이 정권을 잡았다.

무엇을 위해 일어났는지도 모르겠고, 민주화를 도둑맞은 것 같았다.

그 밥의 정당성만 인정한 듯하였다.

 

박종철로 시작해서 이한열로 타오른 민주화의 함성

다시 주춤하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졌다. 개혁을 기대했건만 기대한 만큼의 민주주의는 오지 않았다. 식상해진 정치로 다시 보수가 정권을 10년 정도 잡고, 다시 역사는 회귀하였다. 지식인들은 입을 닫았다. 하나 둘 유신시대처럼, 군사정권시대처럼 말문을 닫았다.

그러다가 신기하게 수백만명이 같이 촛불을 들었다. 촛불시위가 일어났다.

   

1987년에서 30년이 지난 2017 촛불시위를 보면서, 역사는 회귀가 아니라 흐른다는 것을 체험하였다.

 

이한열 사건이 일어나고 온 시민이 일어난 그때 그 시절을 생각했다.

 

그때 시위대는 화염병과 돌을 던졌다. ‘000의 각을 치자’(살을 회친다는 말)라는 잔인한 구호를 의미도 모른 채 따라했었다. 나중에 그 뜻을 알고 구호가 너무 잔인하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이를 막는 경찰관은 최루탄, 사과탄을 무차별로 난사했다. 내친구는 시위를 하고, 내친구 사촌오빠는 대학교 앞 문을 막고 있었다.

대학생이 둘인 우리 엄마는 빨래를 하면서 울었다. ‘왜이리 눈물이 나노'

엄마도 오빠와 내가 묻어온 체루탄 때문에 많이 울었다.

랜드로바 그 단단한 신발굽이 다 닳았다. 그렇게 뛰어다녔다.

 

30년 지난 촛불시위에는 폭력이 전혀 없었다.

어떠한 폭력도 없었고, 시위가 끝난 자리는 깨끗이 정리되었다.

'1987년, 2017년'

비포 앤 애프터

나는 두 가지 역사를 체험하였다.

이것이 1987년과 2017년의 차이인 것 같다.

한 세대를 공유하면서, 우리의 민주주의가 성장한 것을 깨달았다.

 

1987년 아무것도 모르는 대학생 2학년 여학생은 군중 속에서 같이 외쳤다.

호헌철폐, 독재타도

영화에서 그 함성을 들었을 때 아련하게 30년 전 그때 그모습이 생각났다.

그 자리에 20살의 나 자신이 서 있었다.

나 또한 시위대를 뒤따르면서, 마스크를 하고, 돌을 던지는 영화속 강동원 같은 선배를 흠모하기도 하였다. 그 선배는 군복 검정색으로 물들인 잠바를 입고 있었던 것 같다. 돌과 화염별을 정말  잘 던졌던 것 같다.

 

역사는 흐른다. 그리고 발전한다.

우리의 민주주의도 많이 발전했다.

629선언 후 그 밥이 정권을 잡을 때 나는 너무 허무했다. 역사는 어쩔 수 없이, 강한 보수의 점유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역사는 심판도 같이 하고 있었다.

 

촛불시위로 다시 새 정권이 들어섰다.

그 나물에 그 밥은 아니었으면 한다.

6.29선언 그때의 그 배신감을 떠올린다.

좀 더 발전되고, 성숙한 정치를 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