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도소 그의 봄
산수유에 핀 치자빛 꽃두리
마른 가지 위에.
단아한 모습에
귀한 모습에
과하게 마중한다.
무성한 잎새 위에
핀 화려한 꽃보다
연하고 은은하다.
참 소담스럽다.
치자빛 꽃두리 따다
깨끗한 유리잔에 띄워
그대와 마주하여
봄마중 나누고프다.
메마른 회색빛 스산한 거리에서
더 봄빛 닿으면
초록이 푸르름으로 물들여지겠지
회색 비이커 속에
스포이드에 산수유색 담아
누르는 기분이다.
동말봄시(冬末春始)
겨울의 끝은
봄의 시작이라
그 시작알림을
산수유가 선보인다.
대구교도소 마당에
마른 가지나무
누군가
단아하게
정성스럽게
가지치기를
해놓았다.
새봄에 새싹을 피워
새로운 잎을 내고
새로운 꽃을 피우라고
오늘과 또 다른 내일
작년과 다른 내년을
꿈꾸듯이
작년이 끝이 아니요
올해의 시작이듯
가지치기한 나무가
끝이 아니라
시작을 위한 자르기임을
나에게 보여준다.
가지치기한 야윈 가지사이로
여리게 핀 산수유꽃
그 꽃두리를 보며
나는 봄을 느낀다.
그는
이 봄 같은 하늘 아래
봄소식 느끼려나
이곳을 나가
자유롭게 흐드러진
봄을 느끼고 싶을까
오늘도 어김없이
교도소내
그의 진술을 들으며
자유를 국가에
반의사적으로 반납한
그의 모습을 보며
그의 이야기를 잠시 듣고
몇자 치고 나온다.
동굴의 갇힌 내가
만약 동굴을 벗어나면
자유로울 것인가
동굴안도
동굴밖도
어차피 지구인데
동굴안 억압이
동굴밖 자유이려나
자유는 내 마음에 있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 있어
자연과 융화될 수 있다면
그것이 참자유가 아닐까
청색 수의를 입고
하얀 표지에 수형번호를 새긴 당신도
경찰이라는 신분으로 제약을 받고 사는 나도
둘다 지구 안의 수인이다.
지구를 벗어날 수 없음은
너도 나도 똑같다.
별이 멀 듯이
지구에 있는
그대 나 모두가
갇혀있다.
자유롭게 자연의소리를 듣고
하늘을 보며
자연의 위대함에
자연의 가르침에 순응할 때
그것이 “자유”라고 말해본다.
교도소에 갇힌 그대여
그 안에서
좁은 지구속 공간에서
그나마 보여지는
하늘과 바람과 나뭇잎으로 보며
봄을 느끼고
자연의 소리를 마음에 담아보길 바란다.
산수유의 치자색 꽃두리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