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늘'은
번뇌를 잊으려 한달동안 무인도 낚시를 간 바닷가에서 젊고 적극적인 '수미'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열세살 차이가 나는 그녀, 처녀였던 그녀가 점점 그의 일상을 침범하게 되고, 그는 흐르는 물결을 막지 못한다.
결국 재명이 알게 되고, 첩살이가 되어 가는 수미, 전처의 모습으로 재명은 바뀌어간다. 사랑앞에 당당한 수미는 어디가고, 철저히 세상에 등진채 살아가는 수미의 모습, 그리고 그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혼을 하지 않으려는 재명앞에, 한가족이나, 철저히 고립된 채 혼자 살아가는 구찬은 아들들과 화사하게 웃던 그 시절을 떠올린다. 그때는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았던 것같다.
수미는 점점더 구찬을 의지하게 되고, 몇차례 두사람이 사는 아지터에 재명이 쳐들어와 수미는 고통속에 살아간다. 재명에 대한 죄의식에 그들은 여지없이 심판받는다.
어느날 구찬과 묵묵히 지키는 '한광우 전무', 그리고 수미는 셋이서 바다낚시를 간다. 거기서 구찬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사고를 당하고, 한 전무는 수습을 위해 섬에 남는다.
사고현장에서 재명은 한 전무를 만난다. 재명은 구찬의 무책임한 삶에 치이다가 백화점을 넘겨받고, 경영에 참여한다. 구찬은 아내 모르게 매달 천만원씩 회사자금을 빼내어 수미에게 전해준다. 애정이 식은 것일까 삶이 노여워서 일까
죽음을 준비하듯 그는 낚시를 가서 그곳에서 바다에 던져진다. 자살인지, 미끄러짐인지 알지 못하지만, 그의 삶을 지켜본 수미도, 재명도 그가 자살을 선택하였다고 생각한다. 이상하게 한전무는 그의 죽음을 자살이라고 표현하지 못한다.
한 전무는 제3자의 입장에서 재명을 만나 넋두리를 들었고,또 수미의 모습을 지켜본다.
이이야기의 전개속에 한전무는 수십년 동안 바다낚시를 떠나는 사람, 그리고 그를 알게된 구찬, 세상 살이 허무해 한달동안 잠적해 바다낚시를 전전한 구찬, 그곳에서 만난 수미, 그들의 현대를 살아가며 이래저래 치이며 살아간다.
결국 사랑이라는 것이 작위이지만, 사랑이 감당해야 할 삶은 세상이 만든 윤리과 도덕이 있다는 것, 부작위이다. 그런 부작위를 작위로 만드는 것, 그것을 깨기에는 구조자체가 힘들다는 것이다.
사랑은 생명과도 같고, 사랑은 물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분리될수 없기 때문이다.
구찬은 물고리를 물었으나, 이를 유지할 미늘이 없었기 때문에 물고기는 떠나버리듯
구찬은 수미를 만나 사랑하였으나, 이를 걸 수있는 힘과 열정이 없었다. 결국은 죄어오는 원죄, 누구에게도 당당할 수 없는 부조리한 생각속에 스스로 몸을 바다에 던졌다.
어쩌면
미늘없이 물린 구찬이 다시 바다로 가 버린 것일까
...
인간물고기가 되어 다시 바다로 돌아간 그
그리고 한전무는 다시 무인도의 바다에서 낚시질을 한다..
.
다시 한번 인간을 생각한다.
누가 누구를 심판할수 있을까
구찬이 죽고, 재명과 수미에게 던진 물음은
왜 구찬이 죽음을 선택했을까 하는 것이다.
재명도 수미도 그에 대한 책임에 있어 공범이 아닐까
아니면 세상에 동활할수 없는 구천의 순순하고 비현실적인 삶의 형태일까
수십년 바다낚시의 경험을 통해
섬세하게 묘사된다.
왠지 바다낚시를 즐기다 보면
파도에 실려갈수 밖에 없는 현실을
그런 아픔을 지켜보면서도
구찬의 시신을 수일 기다린 한 전무는
그 바다를 버리지 못하고 낚시를 하고 있었다.
인생이 그러하듯
바다는 언제 그랬냐는 듯 말이 없다.
한 전무는 그간 구찬에게서만 들었던 가정사를 재명의 입장에서 다시 알게 된다. 구찬, 수미, 재명의 수난 과정이 한 전무를 통해 종합된다. 구찬의 죽음이 자살이었나, 사고였나를 밝히는 근거는 물증이나 현장검증이 아니었다. 바로 그들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얽혀 산 방식이었다.
이 소설은 낭만적인 사랑놀이를 하는 통속적인 연애 소설이 아니다. 줄곧 자신을 찾으려다가 자신에게 갇히고, 수미도 , 구찬도 도피나 자학으로 주어진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
'책, 영화 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정주 "이중섭" (0) | 2017.03.05 |
---|---|
이순원의 삿포르의 여인 (0) | 2017.03.01 |
안도현의 "관계" (0) | 2017.02.20 |
신경숙의< 바이올렛> (0) | 2017.02.19 |
41년생 소년을 보고 (0) | 2013.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