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아이콘
“아는 형님”을 보고
무심코 “아는 형님” 재방송을 연속해서 보았다.
처음에는 어린 아이돌 연예인이 전학해오고,
음흉한 나이든 학생들이
전학온 학생에게 야한 농담을 하는 것이라고 치부하면서 보았다.
예능을 모르는 낯설은 사람들이,
하락하는 강호동을 필두로 어색하게 뭉쳐서 노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 보게 되었다.
보면서 느낀 것이다.
그들은 각자 상처가 있는 사람이었다.
그 아픔을 상대방이 폭로하고 , 스스로 인정,
서장훈, 이상민은 아예
자폭하면서, 서서히, 더불어 치유되는 것을 느꼈다.
아는 형님은 강호동(70년생)을 필두로,
이상민(73년생),
김영철(74년생),
서장훈(74년생),
이수근(75년생),
김희철(83년생),
민경훈(84년생)의 조합니다.
33살부터 46세까지의 추락한 연예인들 조합이다.
얘전 "봉숭아학당" 처럼 교실에서 어색하게 앉아있다.
민경훈, 김희철 말고는 책상의자가 몸에 맞지 않다.
그러나 같은 반 학생으로 분하고, 같은 교복을 입고,
나이 차이가 나는데도 말을 놓는다.
그러면서 서로가 벽을 허물게 된다.
각자 엄청난 상처가 있다.
강호동은 유재석과 고수를 다투던 예능 리더였다.
"1박 2일" 등 풍성한 프로그램을 좌지우지 하였는데,
세금포탈 등으로 문제가 발생, 도중하차 하였다.
복귀하였으나, 이전의 명예를 찾지 못하였다.
이상민은 룰라의 보컬, 최고의 가수였다가
사업실패로 채무자들로 인해 고통받고, 이혼으로 이중의 아픔을 겪고 있다.
김영철 또한 그 나이에 장가도 못가고, 젊은 후배들에게 자리를 주고,
추락하고 있는 게그맨이다.
서장훈은 최고의 농구 선수,
207센티미터의 장신이다.
이혼의 아픔을 겪었다. 말도 많은 이혼뒷담화로 이중의 아픔을 겪었다.
책상에 앉아있는 것이 너무 커서 제일 어색하다.
이수근도 최고로 달리다가
음주운전으로 추락하였다가
강호동과 같이 예전처럼 그의 신실한 오른팔이 되어 돌아왔다.
김희철도 초창기 아이돌이었으나
별볼 일 없는 중년의 가수로 추락하고 있다.
왕자처럼 빛나던 민경훈
최고의 밴드 버즈의 리드로서 발표만 하면 1위를 하다가,
군대 갔다가는 아이돌에 밀려 추락하였다.
재기하였으나 제대로 안되었다.
그런 아픔을 가진
사람이 모였다.
처음 그 교실은 표정이 어두웠다.
공통점이 하나도 없는 그들
예능감도 없는 희철, 경훈, 장훈 어색하기만 하였다.
이슈를 날리는 젊은 연예인이
그 학교로 전학 와서 “야, 자”를 하며서 어색하게 질문하고,
맞받아치면서, 그들의 아픔을 하나, 둘 건드린다.
그리고는 아픔을 개그로 희화하여, 웃음을 선사한다.
그렇게 말하고 나면 죽을 것만큼 부끄러운 과거도
다 용서되는 것 같다.
처음 이상민의 모습이 어두웠는데 점점 밝아지고 있다.
서장훈 또한 많이 어두웠는데 밝아졌다.
어린 김희철은 어색한 분위기를 뛰울려고 가장 열심히 움직였다.
초청해온 어린 학생들과 나이든 형님들을 연결해주는 다리가 된다.
그 다리를 타고, 리듬에 맞추어 아는 형님 학생들이 동조를 한다.
하나 둘 밝아진다.
처음 민경훈은 너무 예능을 몰라 눈알만 돌렸는데,
민경훈의 그 순수한 얼굴, 살짝 보이는 보조개,
4차원 적인 행동이 하이라이트가 되고 있다.
나도 몇번이나 그의 행동을 보았다. 정말 재미있다.
연예인들은 이중의 아픔을 겪는다.
스스로의 아픔과 타인이 지켜본다는 아픔이다.
나는 일반인이라서
나의 가족들, 동료들 외 비밀로 하는 아픔도,
그들은 감추지 못하고 국민에게 노출된다.
간접적으로 그들의 고백을 듣노라만
그 고백이 나의 고백이 되는 듯하다.
죄없는자 어디 있으랴,
상처없는자 어디 있으랴
그렇게 잘나가던 사람들이 하나 둘, 쓰러지고,
별똥별처럼 인기가 떨어질 때 그들은 추락하는 아픔을 더 강하게 느낀다.
"고독"일 것이다.
작년 12월부터 아는 형님을 시작한 그들은
그 아픔을 “아는 형님”이라는 코너에서 공개하고,
진솔하게 서로 나이를 잊고 말을 터놓으면서,
공유하는 가운데, 치유가 되고 있다.
존재감이 없는 김영철, 그렇지만 보면 볼수록 신실감이 있다.
왠지 나인 것 같다. 드러나지 않는 나, 가장 평범한 나, 그렇지만 성실하기에
나처럼, 그 자리에 앉아있는 어색함을 나는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필요한 사람이다. 아마 가장 오래 그 자리를 지킬 것 같다.
모든 것을 다 받아주고 리드하는 강호동, 그의 특유의 넉넉함과 리드하는 행동,
어린 민경훈에게 이리 저리 발리면서도 웃는 그 넉넉함이 나는 참 좋다.
책임감 어린 행동들, 역시 강호동은 "대장"이다.
큰 서장훈의 자리매김, 큰만큼 존재감이 크다.
연예감이 없던 민경훈 또한 이제 한회에 한번씩 어록을 남긴다.
그렇게 아팠던 그들은 자신의 아픔을 터놓으면서 치유해 가고 있다.
강호동도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그의 오른팔 이수근, 늘 언니처럼 자리를 지켜주는 김영철,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김희철, 가장 슬퍼보였던 이상민이 가장 밝아졌다.
나도 이 프로그램을 처음 볼 때 정말 하나같이 낳설고 어색한 표정으로
어린 학생들이 앉는 책상, 단순한 교복을 입는 그들을 별볼일 없이 보았는데
이 프로그램 대화 속에서 어두운 삶이 한번씩 투영될 때
그들은 웃지만, 쓸쓸한 미소를 느낄 수 있었다.
번개처럼 공감이 되었다.
주말이 끝나고 사무실에 앉아
어제본 이상민의 밝아진 표정을 떠올린다.
아직도 어색하지만
게그맨으로 웃을꺼리를 찾지 못하고 이인자로 밀려있는
김영철의 모습도,
젊어서 이뻐보이는 민경훈의 모습도 떠올려 본다.
그들의 모습속에 나는 느껴본다.
"추락하는 곳엔 날개가 있다."
라는 희망을 안고 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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