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를 읽고
어느날 부모의 생신날 아들집에 노부부가 초청되었다. 엄마는 많은 짐을 싸서 지하철역에서 기다리다 아버지와 헤어져버렸다. 그리고 실종되었다. 7개월간 엄마를 찾으면서 그녀에 대한 그리움과 과거에 대한 기억들, 고통스러운 후회와 반성을 되풀이하는 이야기. 큰아들, 둘째딸, 막내딸, 아버지. 우리는 이들 중 누구의 회한도 피할 수 없다.소설에서는 엄마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여하튼 엄마는 실종인물로 남는다.
우리는 누군가의 남편이고, 아들이고, 딸이다..
엄마를 잃은 아들,딸 남편이 엄마를 찾는다. 그러면서 마음속에 떠오르는 영상속에 엄마는 이전부터 자신들에게 실종되었었다는 것을 깨닫고, 용서를 구한다. 이것은 우리들 모두의 그림이다. 우리의 어머니가 그곳에 있고 새처럼 입을 여는 아이들이 있다. 그 입에 채울 음식을 부지런히 갖다주는 엄마가 있다. 평생 밥을하고 나물을 무치고 밭을 일군다. 한 여인의 인생이 여기에 함축되어 있다. 그녀의 인생은 '엄마' 로 그려지는 희생적인 삶이었다.
어머니는 서울역에서 잃어버린게 아니었다. 등뒤를 감싸 안아주고 있는 존재를 잊고 앞만 보고 달려온 장성한 자식들과 무심한 부군에 의해 어머니는 스스로를 잃고 허공에 부유하고 있는 것이다. 밑바닥을 볼 틈도 없이 헌신적이었던 그녀는 그렇게 스스로를 잊는 병을 얻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사라져버렸다.
내리사랑이라고 했던가
조건없는 사랑이라고 했던가
엄마라는 이유로
자식들은 엄마의 삶은 존중해주지 않으면서 자신의 존재만을 인정해달라고 운다. 그것이 자식이 특권인 것을 그 특권에 취해 엄마를 실종시키고 사는 우리들....
나도 그랬다. 엄마앞에서 나는 주연이었다.
엄마의 죽음을 앞두고서야 엄마가 필요해서 울었다. 그 울음도 내가 필요했기 때문에 울었던 것이다. 그 눈물마저 나의 이기심때문이었나 보다.
우리의 엄마들은 외로왔다.
이글에서 엄마는 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하여 감성을 글로 적을수도 말로 뱉을수도 없이 그냥 자식을 키우느라고 모든 것을 죽이고 살았다.
자식과 남편의 가슴에 갇힌 엄마를 같이 찾는다. 같이 반추한다.
큰 딸이 쓴 소설을 읽고 싶어도 까막눈이라 읽지 못한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좋아하는 작가의 글이라고 읽어달라고 하며 딸의 소설을 듣는 부분은 내 가슴이 퍼렇게 되어버렸다. 그리고 남들에게 그 소설에서 이야기하는 화자가 자신인양 자랑을 한다. 산티아고에 가고 싶다. 그곳에서 30일 여행을 하고 싶다. 걸어서..... 그것도 소설속 딸이 써내려간 문구이다.
나는
엄마에게 대들고 따졌다. 엄마가 나한테 뭘해주었냐고
그때 엄마는 “그래 너 똑똑하다”라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소설에서 자식들은 엄마가 글을 모른다는 것을 제대로 몰랐다.그 아픔을 몰랐다. 그것을 치유해줄 생각을 못했다. 아들은고위 공무원, 딸은 약사 또 다른 딸은 소설가이면서도...
엄마는 맏아들이 국민학교 입학했을때 따라가지 않았다. 혹 글을 써야 할까 싶어 겁이 나서 고모를 보냈다 아들은 그것도 모르고 엄마에게 투정을 했다고 한다.
당신도 그러했으리라. 당신의 엄마는 건강하고, 당신의 엄마는 화수분이고, 당신의 엄마는 투정하면 다 들어주는 그런 사람이리라.
진정 당신의 엄마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사랑하고 어떤 욕망이 있는지 그것을 생각해 보았는지....
소설속 엄마도 사랑이 있었고 그리워하는 이가 있었다. 아무도 모르는 비밀스런 존재가....
하늘나라에 계신 울 엄마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을까...
우리의 엄마는 외로왔을꺼 같다. 자식을 무대에 세우고 뒤에서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마음을 두었으리라....
엄마없는 하늘아래
엄마를 잃고서야 나는 엄마의 외로움을 느껴본다
나도 엄마가 되어간다. 우리 자식들도 자신들의 잣대에 산다. 엄마는 연장을 갖다주는 사람이 되어 선다. 그리고 나의 아이가 나에게 투정한다. ...
그래도 우리는 행복한 세대다. 우울증도 세상이 알아주고, 갱년기도 세상이 알아주기 때문이다.
울 엄마들은 어떻게 그것을 극복했을까, 산후우울증, 주부우울증, 명절우울증도 그냥 혼자 삭이고, 그렇게 일하다 꼬부랑 할머니가 되었다. 관절이 안좋아 절고, 손가락이 휘어진다.
일때묻은 손은 거칠고 굵기만하다.
농사지은 것 싸줄때 짜증내던 모습, 손가락마디가 돌아가면서도 마늘까고, 양념만들어 힘들게 한 김장을 가져가라는 소리에 짜증을 내던 모습, 그렇게 몸상해가며 100포기씩 김장을 하는 미련함에 소리를 지르며
“그냥 사먹으면 맛있는거 먹을수 있다. 4계절 마트에 맛있는 김치가 있다.그것이 오히려 더싸게 든다.”.
그것을 이해못하겠다고...
나이가 들어가니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겠다. 돈으로야 몇푼안되지만 그렇게 해주고 싶다는 것을.... 엄마가 가진 것 조금이라도 주고 싶다는 것을...
젊은 내마음속 계산으로는 필요없는 거지만...
현대를 사는 우리는 우리의 자식에게 좀더 센서있고 합리적인 선물을 줄수 있지만 부모들이 줄수 있는 것은 우리가 보기에는 구질한 것일지 모르지만 우리가 또 세대가 흘러가 할머니가 될 때 우리가 주는 선물은 젊은이들에게 냄새나고 역겨운 것이 될지 모른다.
그런 엄마의 마음을 생각해본다. 부모의 마음은 계산기를 대면 안된다는 것을 왜 그때는 몰랐을까
사랑하는 사람이 너무 가깝게 지내면 사랑하는지조차 잊어버린다. 얼마나 사랑하는 엄마인데 같이 살 동안 같이하는 동안 사랑의 말도 못전해주고 엄마는 실종된 것이다. 같이 못하는 아픔 후회가 된다. 이것이 모든 자식의 마음이리라.... 이 소설은 엄마를 잃어버리고 사는 우리들에게 엄마를 느끼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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