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인입니다.

비가 시되어 내립니다.

마루치아라치맘 2009. 5. 21. 06:23

오늘은 일기예보처럼 비가 많이 내린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듣는 빗소리는 아늑하게 느껴지는데

어디선가 뻐꾸기 소리가 여음을 넣어준다.

 

 

비가 오는 날은

비처럼 세상의 소리가 날이선다.

한번도 느낌이없던 키보드 치는 내 손가락도

날이선다.

비가 오는 날은 시를 쓴다.

빗소리 속에서 단어를 찾는다

고독, 촉촉함, 게으름,

한번 태어난 몸

으스르질때까지 사용하고픈 내철학도

비앞에서는 쉬고 싶다.

베란다에서 나는

비를 이불삼아 비에 젖어본다

비소리가 시가 되어

내 가슴을 안을때

촉촉한 시가 내 가슴을 적신다.

 

 

 

비가 태양을 삼키고

목마름을 삼키고

세상의 소리를 달갑게 들려줄때

내 숨결소리도 리듬이 된다.

아가의 숨소리도

작은 리듬이 되어

내가슴에 풍선이 되어 내린다. 

 

 

비를 맞을때는

우산을 이불삼아

함께 거닌다.

그 느낌도 너무 좋다.

따스한 솜결은 아니지만

선사해준 빗줄기 이불은

내마음에 우주정거장이 된다. 

 

비소리에 친구

지렁이는 비를 침대삼아

 빗줄기 위로 돌아다닌다.

그동안 지렁이는 어디에 있었을까

 비소리에 잠이깬 지렁이는

비가 그친 햇쌀반짝이는 거리에 싸움을 한다.

비소리에 취해버려

집을 찾지 못해

태양에 선텐을 하고

타들어간다.

 슬픈 이야기다.

 

비가 내린다

비가 그리운 님소식을

숨죽여 전해준다.

비가 내린다.

어릴적 엄마가 우산을 들고 서있는 영상이 떠오른다.

한번도 그런 경험이 없는 나는

가뭄에 단비처럼 울

진앤산에게 우산을 들고

교정에 서있다.

 

 

 

단비처럼 서있는 마마의 모습에

가슴으로 웃는 진의 얼굴

눈빛으로 웃는 산의 얼굴

이런 작은 사연이

비에 묻어 난다.

 

비에 묻어나는 향

 雨  香 이다.

비는 내음이 있다.

약간 비린듯하면서

신선한 내음이 있다.

오늘 아침

빗소리속에 묻어난 그 향을 느끼며

비를 맞는 나는

시를 마음으로 받아냈다.

 

새색시처럼 화사한

넓적한 토종 장미는

내모습처럼 평평, 넓적한 모습이지만

날렵하고, 세련되고,입체적인 서양의 빨간 장미보다

더  반가운 것은

정이 베여있기 때문이다.

 

 

 

 

오늘 단비속에

한국 장미의 편편 넓적한

모습과 향을 적셔왔다.

비는 물건너 오지 못하는 물건인지라

오월의 어떤 장미보다

토종장미, 그리고 찔레꽃이

더없이 비를 반갑게 맞이한다.

 

그래서

 비앞에 겸손해지는가 보다.

태양도 숨을 죽이고

구름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오직 비만이

당신과 나 사이에 있습니다

사랑의 마음도

가슴으로 느끼어집니다.

비가 음악이되어 흐를때

당신과 내 가슴에

사랑의 마음이 더할때

이름없는 들꽃들은 차가운

눈물을 흘립니다.

가슴으로 흐르는 사랑앞에...

 

 

비가 사랑이 될때

아름다운 오페라가 펼쳐지고

당신과 나는

시가 되어 관람을 합니다.

 

너와 나의 마음에 비처럼

시가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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