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봄연극 관람중입니다.
모진 가뭄에 산은 불타고
모진 가뭄에 병원에는 메마른 기침을 하는 환자들로 가득차고
모진 가뭄에 보이지 않는 먼지들은 세상을 뒤덮고
모진 가뭄에 메마른 잎들은 가을잎을 닮아 갔습니다.
4월의 대지를 촉촉히 적셔주는 비가
몇 일을 묵고 갔습니다.
산은 물을 머금어
초록이 푸르름을 뽐내고,
초록이 광(光)하고
계곡은 고요함( 靜)을 깨고
소리(動)를 냅니다.
어김없이 봄은 오고
어김없이 봄의 전령인 꽃들은
앞다퉈 순서를 알고
짜라라 출연합니다.
매화가 피고 지고
목련이 피고 지고
개나리가 피고 지고
철쭉이 피고 오래^^^ 피고 지고
어제의 자연은
이팝나무가 밥알같은 꽃을 피웠습니다.
산천을 달구는 아카시아꽃도 향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월의 장미도 빠알간 꽃잎을 토해낼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태양의 미사를 받고
비의 세례를 받고
피고 지는 꽃들을 보며
다시한번 자연의 농(穠)한 연기를 구경하고 있습니다.
돈과 명예와 허식으로 길들여진 한 인간은
40번도 넘게
자연의 “ 봄” 연기를
또 보고 있습니다.
볼때마다 새로운 것은
그들의 연기가 너무나 자연스럽기 때문인가 봅니다
그들의 자태가 너무나 이쁘기 때문입니다.
.
그 자연에게 프로포즈를 해봅니다.
쟌차를 타고
얼굴과 몸둥아리는 가면무도회처럼
몸을 가리우고
자연처럼 멋들어지게
그 들의 연극무대로 따라 돌아봅니다.
이팝나무가 거리를 가득 채웁니다.
자연은 알고 있습니다.
다음에 무대에설
아카시아 꽃 향연을....
40번 넘게 본
고정 관객인 나도
다음 무대를 알고 있습니다.
그 무대를 위해
자리를 비워주는
선 연기자들의 뒷모습을 봅니다.
조용히 길을 걸어봅니다.
눈높이로 찾은 무대에
무심코 밟히는 작은 꽃을 보았습니다.
내 발아래 피어있는
작은 꽃이 있습니다.
눈으로 보여주지 못해
바람으로 사랑을 담아
바람에게 사랑을 전하는
바람의 전령
“하얀민들레, 노란민들레”입니다.
민들레꽃은 나의 발길에도
아랑곳없이
피여 있습니다.
봄은 태양의 미사와
비의 세례를 받고
산천을 태웁니다.
그들의 무대에
인간은 관객이 되어
자리를 비워줍니다.
눈높이 꽃만 보다
발아래 있는 작은 꽃을 보며
그들의 무대가 넑고 광활하고
완벽하다는 것을
느끼어 봅니다.
관객은 향기를 기다리며
다음 주인공
아카시아 꽃내음을 기다리고
자연은 다음 연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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