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족이야기

추석을 맞으며

마루치아라치맘 2011. 9. 12. 13:04

엄마 

올해는 늦여름 추석이야

예전 햅쌀 반죽에 솦잎을 넣어 찜기에 쪄서 만들었던 송편

찹쌀반죽에 색색으로 물들여 만든 화전

참기름 들기름 담뿍 넣어 만든 갓가지 나물에 비벼 먹던 제삿밥

그에 어울려 무와 쇠고기를 넣어 만든 시원한 탕국

순서대로 구운 전들,

사태살 푹삶아 건져내 수북이 담았지.

고래고기 삶아 제삿장에 올려놓았지

차례 지낸 후 같이 어울려 먹은 음식들


그 내음이 그립다.

그때는 그 향기가 그렇게 싫었고

언제부터 규칙으로 만들어진

명절 치루어야 할 규칙들이

그렇게도 싫었던 내가

이렇게 그 규칙이 추억으로 돌아와

그리운 향기로 남아있네


이제는 시댁에 길들여

친정의 규칙은 하나 둘 잊히네

엄마 없는 친정은

자꾸만 내 마음에서 멀어져간다.


엄마

지금은 나도 엄마만큼 어른이 되어

내가 한집안에서 어느 정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나도 이제 나름의 순서를 정해

전을 굽고, 나물반찬을 한다.

이전 같이 모여 송편을 만들고 화전을 만들고

수정과를 만들던 그런 장시간 인내, 노동의 모습은 사라졌지만


나름대로 시대에 맞게

간소화된 규칙이지만

그것도 힘들어 그 규칙을 한번씩 위반하고 싶은 욕구...

이제야 알게 되었어


오늘은 추석인데 당직이라

그 빈자리

동서가 채우고

또 중학생이 된 딸아이가

그 자리를 조금 메워주고 있다.


추석의 추억 중에

가장 그리운 것은

차례지내고 손님 치르고

산더미 같은 설거지를 앞두고

엄마랑 마시던

초콜릿 빛 커피 한잔이 그립다


여인의 향기는

늘 그 자리에 고요히 있어, 아이들,

그리고 친지들에게 그 내음을 풍기는 것일 진데,

자꾸만 어디론가 가고 싶은 열정은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네

그래도 기특하게 그 자리를 채워가고 있는 내모습 바라보며

엄마의 피가 남아 있다는 것을 느끼고,

또한 엄마도 나만큼 깨고 싶었던 규칙, 떠나고 싶었던 열정을 가슴으로 감추고 있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 규칙을 벗어나고 싶어하며 보채는 딸아이의 모습에서

 지난 날의 나를, 엄마의 마음을 읽는다.


한 번의 추석이 또 지나간다.

아직도 남아 있는 추석이 떠오른다.


달보고 두 손 모아 빌었던 나의 모습이

언제부터인가 사라져 버렸다.

그런 풍류를 읽기에

내가 맡은 여인네의 자리는

육체적으로 힘들기 때문인가 보다.


예전 울 할머니는 추석 전날 밤

쌀에 초를 꼽아 집안 구석에 피워놓으며

가정의 평안을 기원하셨다.

그것이 할머니 시대의 풍유였을까...


고향길을 가다 보니

이른 코스모스 꽃이 하느작거리며

가을의 전조를 노래하고


그 옆에 시퍼렇게 잎새우는 개나리는

과거가 되어 벌써 두 계절을 맞고 있다.


그 옆에 파란 잎새품은 아카시아는

지난 5월을 반추하고 있다.


새벽운동을 나가보니

모두가 긴옷인데 나만 아직 반바지에 반소매라

사람의 옷에 슬며시 계절을 실어 나르고 있네.

내가 맡은 여인네의 자리는

육체적으로 힘들기 때문인가 보다.


예전 울 할머니는 추석 전날 밤

쌀에 초를 꼽아 집안 구석에 피워놓으며

가정의 평안을 기원하셨다.

그것이 할머니 시대의 풍유였을까...


고향길을 가다 보니

이른 코스모스 꽃이 하느작거리며

가을의 전조를 노래하고


그 옆에 시퍼렇게 잎새우는 개나리는

과거가 되어 벌써 두 계절을 맞고 있다.


그 옆에 파란 잎새품은 아카시아는

지난 5월을 반추하고 있다.


새벽운동을 나가보니

모두가 긴옷인데 나만 아직 반바지에 반소매라

사람의 옷에 슬며시 계절을 실어 나르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