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산처럼 강하게, 멋진 남아로 자라기를 원해서 너의 이름을 지었단다.
유달리 약한 내 몸을 헤집고 나온 나의 아들 산아
처음 어머니 손 크기의 너의 얼굴을 부여잡고 우유를 먹일 때
너는 어머니의 탯줄 잇고 살은 숨결 잊지 못해 복식호흡을 하며 서툴게 젖병을 빨더니
6개월이 지난 어느 날 너는 250ml 우유도 꿀꺽했단다.
산이는 京山李家의 종손으로 태어났단다.
아버지가 네가 태어나자 병원에서
“우리 종손 , 우리 종손이 ” 라고 자꾸 자꾸 불렀단다.
퇴원할 때 옆 침실에 산모가
“애기 이름이 종손인줄 알았었어요” 라고 하더구나.
너는 태어날 때 종손이라는 큰 주홍글씨를 안고 태어났단다.
너는 다른 아이보다 해야 할 의무를 많이 안고 태어났기에 처음 너를 만났을 때 많이 미안하더구나. 어머니도 태어날 때 태를 돌돌 감고 태어났단다. 지금 생각하니 종부의 삶을 예견한 것 같구나.
너는 10월의 마지막 날 태어났단다.
너를 낳고 집에 누워 있었을 때 침실밖에 은행나무 잎이 너무 예쁘게 물들어 떨어지고 있더구나.
그해는 유달리 가을이 아름다웠단다.
다시 가을이구나.
그렇게 만난 내 아들 산이가 벌써 일곱 살이 되었구나.
유달리 성격이 급한 어머니 때문에 너는 맘마와 걸음마를 시작하자마자 어머니 손에 잡힌 채 아침저녁으로 어린이 집으로 거의 날다시피 하며 걸어갔고, 밥 먹기 시작할 때부터 어른수저로 밥을 먹어야 했단다.
지금 공주 같은 누나는 공주인형 하나를 안고 잠들었단다.
누나는 잘 때 지금도 부탁한단다.
“어머니 내일 밥은 하얀 밥 주세요”
직장 다닌다고 어머니가 국에 너희들 밥 말아 주어서 그게 그렇게 싫은가보다.
산아
너무 너무 고맙다. 서투른 어머니 역할이지만 항상 어머니에게 안겨 애교도 부리고 슬프면 어머니 품에 안겨 울고, 투정하는 너의 모습을 보며, 네가 만들어 주는 어머니의 존재에 감동해본다.
너에게 있어 어머니 몸은 안락한 침실이요
어머니의 존재는 든든한 수호성이라는 것을 흠뻑 느껴본다. 그게 어머니 가슴에 불꽃이 되는구나.
조금 더 크면 어머니의 성이 필요 없겠지만, 지금 어머니는 너의 성이 될 수 있어 행복하단다.
지금 산이는 홀로 방에서 잠을 자고 있구나!
유달리 침이 많이 흘러 유치원 여자친구가 편지를 썼더구나.
‘진산아 , 침 흘리지 마. 더러워 죽겠다.’
아마 너의 입과 이빨 구조로 인해 침을 많이 흘리는 것 같더구나.
너도 그게 항상 마음에 걸리는지 어머니에게 뽀뽀해주고는 얼른 어머니 볼을 손으로 닦더구나.
그리곤 말했지
“어머니 얼굴에 침이 묻어 더러워요”
저번 주 일요일에 유치원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미술행사를 했었지
플라스틱 통으로 금붕어 집을 만들어 들고 왔었지
다른 어머니들이 물고기 한 마리 더 얻으려고 하더구나.
어머니는 무심코 바라만 보고 있었단다.
돌아오는 길에 산이가 말했지?
“어머니 , 한 마리 더 있으면 좋겠다. 물고기들이 뽀뽀도 하고, 같이 놀기도 할 수 있잖아요.”
아휴 어머니는 다른 어머니들이 물고기 한 마리 더 얻으려고 하던 모습을 생각하며 부끄러웠단다. 우리 산이 정말 마음이 예쁘구나.
“혹시 어머니, 물고기가 죽으면 우리 모래에 묻어야 되지요?”
어머니는 산이의 그 예쁜 마음에 가슴이 뭉클했단다.
아버지는 그 말을 전해 듣고
생일날 산이에게 작은 어항과 물고기 한 마리 사주기로 약속 했었지?
산아!
하나의 물고기 이름은 동생 산이 물고기
하나의 물고기 이름은 누나 진이 물고기로 이름을 짓자.
산아
서투른 어머니에게서 자라 너무 예쁘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어 항상 부끄럽구나.
어머니도 더 멋진 어머니 역할을 하도록 노력할게.
너의 키만큼 어머니의 모습도 커가는 구나.
산아 너무 너무 자랑스럽구나.
사랑해 뽀뽀.
2005. 10. 28 산이의 일곱 번째 생일을 앞두고 어머니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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