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영천 은해사

마루치아라치맘 2021. 8. 16. 12:15

1년 정도, 약산산악회 회원들이랑 등산을 하고 있다. 한 달에 한번 갔다 오는데 저번 달은 가족 나들이로 참여하지 못해 에너지를 많이 잃어 지난 달을 반추하면 조금 무료했다. 일기예보는 비가 오는데도 아랑곳 하지 않고 비 맞을 각오로 산행을 하였다. 자기의 점심은 알아서 챙겨오고, 참여하였다. 약사모임이라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과 같이 하는 하루는 더 풍족한 것 같았다. 언니가 약사라서 가족의 자격으로 참여하였다. 그런 여유를 배우는 것, 작은 공간에서 사는 약사들이라서 세상 물정을 잘 모르고 순수하였다. 그 순수함에 물들어가는 것 같다. 이번 산행은 노란 옷을 걸치고 산행을 하였다. 노란 꽃이 되었다. 산에 가면 사람도 꽃이다. 몰아일체, 그냥 철부지 아이들이다. 이번 모임에도 약간 삐진 사람도 있을 것이고, 또 설분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작은 모임에서 사회를 느낀다. 이전에는 버스 대절을 해서 술도 한잔하고 노래방에서 구수하게 노래도 한껏 했다는데 그걸 못하니 섭섭해 하신 분도 있고, 깔끔해서 좋다는 분도 있다. 나도 '깔끔해서 좋다'에 한 표이다. 코로나 시대에 맞추어 살아가야지, 세상이 나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에 맞추어야 할 것 같다. 나는 약사도 아니고 약사언니 동생으로 참여하지만, 그래도 나는 서서히 내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시작할 때 내가 가장 어려 몸 풀기 강사가 되어, 앞에서 지휘한다. 그럼 50대 에서 80대 사람들이 따라 한다. 정말로 열심히 따라 하신다. 약사면 공부로는 우등생이다. 역시 지도하면 그대로 성실하게 따라 한다. 세살 버릇 여든 간다고 모범생은 영원히 모범생이다. 나도 좀 더 열심히 공부할 걸 후회가 된다. 약국이라는 작은 방에 갇혀 세월을 살다 나온 회원들 그 모습을 엿보며 그 멋짐에 하트를 보낸다. 서투르게 참여한 등산모임에서 나도 나의 자리를 찾아 간다. 소극적인 나도 참으로 많이 변했다. 영천 은해사는 조용하고 아름다웠다. 비구니 들이 참선을 하는 곳이라서 좋았고, 산 아래 식당가도 깨끗하게 정리되어 좋았다. 능성재를 목표로 갔지만 비가 중도에 너무 많이 중앙암 언저리 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산을 올라가는데 계곡도 같이 따라 온다. 비가 많이 와서 계곡에 물소리가 너무 좋아, 비가 오지 않아도 폭포 소리가 이어졌다. 은해사 옆에 있는 산에 큰 소나무 숲이 있었다. 수목장이었다. 소나무 마다, 돌아가신 사람 이름, 비석처럼 남편, 자녀 이름이 적혀 있다. 나무에 이름을 적은 것처럼 달려 있는 그 이름표를 보았다. 언니 친구 엄마가 그 곳에 있다고 한번 들러 보라고 해서 언니가 소나무 숲에 가서 인사하고 왔다. 어느 소나무가 언니 친구 엄마의 나무인지 몰라도 아마 우리의 인사를 받았을 것 같았다. 수목장도 나름 괜찮았다. 영천 은해사는 대구 쪽에 위치한 팔공산과 달리 소나무가 없고, 활엽수가 많았다. 은해사도 팔공산 자락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다만 입구 수목장 하는 터에는 수목장 용도로 큰 소나무가 가득하였다. 수목장도 나무크기에 따라, 비용차이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템플 스테이'하는 건물이 꽤 웅장하였다. 다음에 기회되면 나도 참여하고 싶었다. 영천은해사는 여성 같은 산이다. 소나무 보다는 활엽수림, 물이 많았다. 산 아래는 바위보다는 흙이 많았다. 산 정상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못 올라갔다 . 바위 속을 지나가는 구간이 많아 체격이 있는 사람은 숨을 삼키며 통과하기도 했다. 회장이 '다음 달에는 추석연휴가 끼여서, ' 라고 시작하여 속으로 '아하 다음 달에는 추석 때문에 쉬는 구나'라고 생각을 하였는데 회장이 '그럼 한주 당기든지, 한주 늦추든지' 나는 내심 기뻤다. 나만큼 이 사람들도 이 모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구다. 나의 일상이 되어 버린 약산 모임, 다음 달에는 어떤 산에서 또 하루를 살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