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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만평

마루치아라치맘 2011. 8. 19. 08:35

 

커피만평


커피를 좋아하는 나는

임신할때 고민을 했다.

어떻게 해야하나

커피를 못마시니

임신은 해야 하고

천사처럼 영롱한 아이는 생산해야 하고

굳은 결심을 하고

임신을 하고

그렇게 좋아하던 커피도 끊었다.


임신 육아에 대한 책을 보는데

임신후 3개월 뒤면 커피를 마셔도 된다는 것을 보고는

3개월뒤부터

하루에 3잔씩 마셨다.

그것은 어기지 않았다.

평소 7-8잔은 기본이었던 터라.....


건강하게 자연분만으로 아이를 놓고

나는 의사가 영양제를 맞으라는 말도 거부하였다.

아휴 선생님 저는 소금물이

내 혈관속으로 흘러 들어간다는 생각만도 전율이 생기는

기이한 사람이니

링겔값 병원비 청구하세요

저 미역국 앤드 밥 많이 먹을께요

그렇게 해서 링겔을 거부하고

벌떡 일어나

간 곳이

병원 로비에 장착된 자판기

그곳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순간

얼마나 행복했는지

아이를 낳고 두시간도 채 안된 산모가

처음 찾는 곳이 자판기라니

너무 황당한 이야기지만

나의 커피에 대한 고픔은

그만큼 처절했나보다


요즘은 너무 나태해지는 것 같아

일찍 출근을 한다.

출근을 하면

이쁜 후배가 께끗하게 사무실을 청소해놓고

직원들을 맞이한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새삼 기분이 좋아진다.


청소라는 것

아침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이다.

그것이 있음으로서

싱싱한 아침이 되는법

좁은 집이지만

출근 전 화장실부터 차근차근

깨끗이 청소를 하고

출근하면

내 마음이 힘이 나지만

늦잠을자고

부랴부랴

출근하면 하루종일

마음이 무겁다.

청소는 아침활력소이기 때문이다.


출근을 하면

청소아줌마가

경찰서 화장실, 복도 등에

손을 대고 있다.

그 손길따라

경찰서정이 반짝이는 것을 느낀다.

아침은 청소부터 시작하는 것

그리고 커....피


가을을 알리는 늦여름 비가 내린다.

이 아침에 마시는 커피는

사막의 오아시스요

짝사랑의 설레임이다.


작은 소망이 있다면

죽을때 까지

이렇게 향기롭고

달콤하고

화려하지도 초라하지도 않는

커피의 빛깔을 머금으며

삶을 맞이하고 싶다.


아이들에게 이야기 한다.

엄니 죽으면

제사지낼때

딴 거 필요없다.

그게 뭘까

아이들은 서스럼없이

"커피"라고 대답한다.



살포시 내리는 비속에서

귀뚜라미 한마리를 보았다.

말매미가 네온사인때문에

밤인줄 알고 유달리 심하게

울어댄 올해 여름

이제는 귀똘이가

그 바톤을 이어받으려나


가을은 소리없이

바람따라

비따라

그리고 당신과 나의

가슴에 내리고 있답니다.



 

                                      경찰서정 옆 산책로에서 가을을 기다리는 꽃과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