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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5 '신과함께'를 보고

마루치아라치맘 2017. 12. 25. 12:50

신과 함께를 보고

 

영화를 보면서 차태현, 하정우의 조합이 낯설어서, 오히려 신선했다. ‘하정우는 흥행배우, 카리스마가 있는 제일 잘나가는 배우, 차태현은 친구 같은 배우, 현생과 이생의 배역이 신선했다. 하정우는 최근 너무 많은 영화가 나와 지루할 수 있었는데, 차태현이라는 친구 같은 모습이 반가왔다.

 

대구 사람으로 1995, 2003년 지하철 참사를 겪었다. 제천스포츠 센터 29명 사망 사건 그런 아픔을 지켜본 터이다. 첫 장면이 차태현이 소방관으로 불난 현장에서 아이를 안고 떨어져 죽었다. 시작부분이 사건들이 같이 연상되어 마음이 아팠다. 인재이지만 천재처럼 되어 버린 현장에서 누굴 원망해야 할까

 

모티브가 한국적 의식, 49, 윤회이다. 사람이 죽고, 49제를 지내는 기간, 저승법에 근거 7번의 재판을 받는 설정이다. 웹툰작가의 접근 방법, 무한도전을 느꼈다. 신선한 발상이며, 미국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소재라고 단정한다. 미국사람이 그것을 이해하게 번역해야 햐는 문제가 있어 대중적 인기를 얻기는 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저승 재판의 죄명이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이다.

 

나는 사후세계를 생각하면, 죽음 뒤에 시간을 빛의 속도로 거꾸로 돌리며, 무한 속도로 저승으로 간다고 믿고 있다. 내가 지은 죄들을 돌려보며 나는 많은 눈물을 흘리고 회개할 것 같다. 7개의 죄중에 내가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살인, 특히 미필적 고의라는 부분에서 나는 얼마큼 자유로울까. 동료가 뇌물죄 내사를 받는 동안 그 옆에서 따스한 말 한마디 못하였다. 그는 자살을 택했다. 물론 같은 부서는 아니었으나, 같이 식당에서 만났을 때 애써 따스한 말 한마디 못해준 게 미안했다. 그리고 남이 잘된 것을 배 아파한 점 등 부모님에게 잘못한 것 이루 셀 수 없다. 나의 이기심으로 남을 탓한 것도 많았다. 다 내가 못났기 때문이다. 내가 조금만 양보하면 되는데 그것이 안 되어 불협화음을 낸 것이 많았다. 그 죄를 나는 알기 때문이다. 너는 속일지라도 나자신은 속일수 없다. 착한 콤플랙스에 걸렸으면, 끝까지 연기해야 하는데 참지 못한 나의 경솔함, 미필적 고의가 충분했다. 나는 아마 저승의 검사가 작성한 공소장 그대로, 약식기소 되었을 것이다. 변소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차태현, 그는 너무 어려운 가정형편에 삶을 포기하고자, 엄마를 죽이고, 동생, 그리고 자신이 수면제를 먹고 자살하려다 실패한다. 가출하여, 소방관이 되고, 힘들게 돈을 모아, 집에 붙여주고 남동생이 법관이 된다. 살인을 심판할 때 가족을 죽이려는 미필적 고의부분이 있었으나, 그가 소방관으로 있으면서 구한 생명을 근거로 무죄를 선고하려고 하였다. 판사가 마지막으로 왜 그렇게 사람을 살리려 했냐는 질문에 돈 때문이다라고 대답한다. 가장 솔직한 방법으로 대답을 할 때 나도 움찔했다. 현생을 사는 누가 돈때문이다라는 말을 부정할 수 있을까. 저승의 심판대에선 그 말이 참으로 부도덕했다. 그가 심판대 하나, 둘 통과하면서 결국 무죄가 되어 환생판정이 될 때, 이 세상에서 내가 진 빚이 너무 많다는 것을 생각했다. 부모님, 형제자매의 모습이 떠올랐다. 마지막 저승사자의 말 인간세상에서 인간들이 용서한 것은 죄가 될수 없다라고 하였다. 내가 저 심판대에 있었던 것 같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저승의 심판대에 서 있었다면, 나도 돈 때문이었다고 할 것 같다. 그리고 또 다른 당신도. 마지막 모정 앞에서는 간간이 눈에 이슬이 맺혔다.

 

오랜만에 숨겨둔 내 삶의 모습을 돌이켜 보았다. 사람을 죽이거나, 도둑질하거나, 불을 지르지 않았지만, 내 마음으로 많은 사람을 죽이고, 욕하고, 파괴하려고 하였다.

 

특히 심판대 마다 바뀌지 않는 두 명의 단순한 검사의 모습, 판사들의 모습도 현 세상의 법을 심판하는 그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자신들의 부활을 위해 49명을 환생시키려는 세 변호사의 모습, 인간의 삶에 관여해서는 안 됨에도 마지막에 관여하는 수석변호사 하정우의 모습을 보면서, 새삼 뭉클해진다.

 

삶 뒤에 저승이 있다면, 참으로 이 세상 바르게 살아야 할 것 같다. 드러나지 않는 마음으로 저지른 죄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