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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절의 애환과 바램

마루치아라치맘 2013. 2. 12. 10:04

 

설명절의 애환

 

결혼전에

5촌이 넘어 몇 촌인지 조차 모르겠는 아제 집에

제사를 지내러 간다.

 

서울의 달

최민식처럼

세로줄 그인 촌스런 하늘색 체육복바지를 입고

담배냄새 풍기며

푸석하게 일어난 노총각 아제

멋쩍은 그 모습

 

친척들은 입을 댄다

언제 장가가냐고

직장도 변변치 않은

서울의 달

최민식 같은

구질한 아제였다

 

삼십년 정도 흘렀나보다.

친척들의 결혼식장에서

촌수조차 헷갈리는 모임

결혼식장에서

뷔페속에서

나는 서울의달 아제를 만났다.

 

반백이지만

단정하게 양복을 입은

아제는

유명한 제약회사의 높은 직위에 있었고,

정치의 최고봉 중 하나인 구미 모 재단에서 높은 자리를 맡고 있었다.

왠지 국회의원의 금뺏지가 생각하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반가워 악수를 하는데 왠지 고개를 더 숙여야 할 것같은

권위를 느꼈다.

 

그렇지만 내마음 한편으로

서울의 달 민식의 모습이 남아있다.

 

예전의 그 장가못간 명절날의 애절남은 어디가고

그렇게 멋진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인생무상이다.

 

나도 결혼하기전 명절때면

시집안가는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죽기보다 싫었던 그말이다.

왜 명절이면 그 말이 그렇게 서럽게 다가온 것일까

그리고 두 번째 싫은 날이 친척 결혼 예식장에 갔을때

그때도 같은 말을 들어야 할 때

가장 서러웠다.

 

외로운 사람들이

이번 명절에도 그런 말을 들으며

스트레스를 받았겠지

 

넘쳐나는 외로운 사람들 속에서

그래도 외로움에 허걱거림없이

남편도 있고

아들, 딸이 있으니

명절날 외로움을 잊은 채 살고 있다.

 

친정에 갔을 때도

문지방을 들락거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며 잘사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시댁에 갔을떄도

문지방을 들락거리는 사람들이 있음에

그것이 행운을 불러준다고 생각해본다.

 

얼마전 까지

명절에 사람이 온다는 것이

귀찮고 싫었는데

조금씩 귀하게 생각이 든다.

나도 늙나보다.

 

아들이 없어

명절날

홀로 지내는 시골의 노부부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래도 아들이 있어야지 하면서

아들이 있음에 감사해하는 시어머님의 모습을 본다.

늘 베풀기보다 덜 준다고 투덜거리는 자식들인데도

명절날 외롭지 않다는 그것으로

아들의 몸값을 올리시는

시어머니의 말씀 속에서

여인의 애절함을 느낀다.

 

명절밤이 제사라

子時에 지내야 한다는 법칙을 지켜야 하기에

지친몸 제사까지 지내야 하는 설명절의 깊은 밤이다.

참 힘들구나^^^

내가 소리를 한다면

전라도의 깊은 창이 벌어지겠구나..

왜 쥐시에 지내야 하지

사람들이 좋아하는 개시(戌時)

돼지(亥時)에 지내면

더 좋으련만...

 

친구는 가족끼리 7번방을 보러갔다고 하고

또 다른 친구는 가족끼리 찜질방을 갔다고 한다.

나는 제사준비를 하고,

서울에서 온 오빠가 부르는 친정식구들 모임에도 가지 못하고

올해도 법칙처럼 자시를 기다리며 서있다.

오호 애재라 ^^

 

문화의 차이가

도시와 시골의 차이만큼 골이 깊다.

신문에 여 혁명가가

제사를 없애야 한다고 부르짖었다고 한다.

 

나는 제사의 형식만이라도 바뀌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왜 저녁도 챙겨야 하고

자야 하는 시간 눈비비며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말인가.

멍멍시에 제사를 지내고

맛있는 저녁을 먹으면 좋으련만....

나에게 혁명은 제사지내는 시간이다.

그날이 곧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