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주인되는 방
이전에
선배언니가 나에게 한말
"남자선택할 때. 이렇게 시험해봐 그 남자가 선물할 수 있는 것보다
더 값진 선물을 요구해봐, 그것을 흔쾌히 사 준다면 그 사람을 선택해, 평생의 동반자로."
하였어요
요즘 한번씩 그 언니의 말을 떠올려 봅니다.
물질보다 우위의 사람을 찾으라는 말인 것 같습니다.
바보같이
나는 그 시험을 하지 못하고
결혼을 해버렸습니다.
눈에 꽁깍지가 끼여
힘든 박사과정의
늙은 학생이랑 결혼을 하였답니다.
진정 물질로부터 자유로운 자
그가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예전에 우리 할머니는 평생 옷을 보관했습니다.
버리는 일 없이 꾸준히 옷을 모았습니다.
나는 왜 그렇게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농은 늘 비좁았습니다.
실제 넣어야 하는 것들은 옷걸이에 님마중하는
사람처럼 속절없이 서있고
버려져야 하는 옷들이 옷장을 가득 메웠답니다.
그래서 같은 방을 사용하며 사는 나는
늘 할머니와 티격태격하였습니다.
결혼을 하고 나니
시어머님이 또 그렇게 살고 계셨습니다.
나는 버리지 못하고 가득 채운 물건을 보면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시어머님께 짜증을 냈습니ㅏ.
"어머니^^임 1년에 한번도 입지 않는 옷이 주인행세를 하며 방가득이 채워지고 쉬어야 하는 사람의 공간이 점령당하고 있잖아요 방은 사람을 위해 있는 거지, 저 옷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
순간
시어머님 얼굴이 득도하는 것처럼 '빙그네, 눈에는 광채.'
나느 그 웃음을 이렇게 생각한다.
'그래 니 말이 옳구나, 왜 내가 그것을 모르고 살았을까 이에 다 버릴께 진자 필요한 옷만 옷장에 넣으마.'
나는 너무 행복했습니다.
'시어머님이 내 말에 공감되거 새로운 삶을 살겠구나. 옷이 버려지고 옷들이 농안에 들어가고 늘찍한 방바닥....'
그리고 하루 이틀 사흘
시댁을 찾으면 방은 예전처럼 그대로 옷천국이 되어있습니다.
그러면 나는 살포시 옷을 조금 밀치고 앉아 놀다 옵니다.
그리고는 옷을 보며 웃습니다.
'그래 옷아 니가 주인이다'
이제는 시골에 가면 의례히 복종하며
옷에게 인사합니다.
6.25를 겪고
피비린내나는 가난과 싸우면서
물건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에 버릇처럼
습관처럼
중독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내가 필요하지 않으면
보지말고, 버려야 하거늘
그냥 보이는 것은 다 가져야 하는 습성때문에
세상이 혼탁해지는 것같다.
아침 출근길
무단횡단을 하는 20대 초반의 남자2명을
싸이카 경찰관이 잡고 훈계를 하고 있다.
연신 죄송하다며 고개숙이는
그 모습을 보며
질서를 지키지 않으면
편하고, 빠르기 때문에
서스럼없이 안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앞에
경찰관은
법이라는 방망이를 들고
훈계와 벌을 한다.
그 직분이 경찰찰의 몫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편안함으로 무장된 사람들의 무질서한 본성도
아직 선진화된 의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덜 성숙된 문화이기에
그것도 버려야 하는 덕목이다.
내것이 아니면 취하지 말고
내가 필요하지 않으면
과감히 남에게 줄수 있는 여유
그것이 진정 행복에 이르는 방법이 아닐까요
우리 어머니, 할머니들은 가난때문에
미처 그것을 할수 있는 여유가 없지만
지금 우리는
심플하게, 사람이 주인되는
방을 사용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