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데렐라를 꿈꾸던 어린 시절

마루치아라치맘 2011. 1. 15. 21:05

친구야

생각나니

1977년

그때는 부모들의 관심이

좋은 학군에 아이들 학교 보내고,

아이들 집없는 설움 없애기 위해

집을 사는 것이었지

 

시골에서 살던 나,

울 아버지 공부에 한이 맺혀서

논팔아 대구에 반양옥 집을 사고

대구에 전학을 왔다

 

대구에 전학오니

한반에 아이들이 80명이라

그것도 1부반, 2부반

콩나무시루 같은 교실에서

키가 작은 나는 제일 앞자리에 앉아

대구 에서 사는 도시 친구들에게

기가 죽어 살았지

 

당시에 치맛바람은 상상초월

시골에서 온 나는

고개숙일 수밖에 없었지

당시 교실바닥청소, 칸을 나누어 청소자리를 정했지

수업끝나면 내가 정해진 바닥을 열심히 닦았지

공부도 못하고  특별히 예체능 배우는 것도 없고

아무 것도 남앞에 내세울것이 없는 터라

나는 친구인 너와 열심히 교실바닥을 닦았지

열심히 칼로 돌초가루를 갈아 뿌리고, 반들 반들 거리게 만들었지

 

너와 나는 서로 옆자리라

교실나무바닥은 우리반에서 제일 반짝였지

다행이 너의 자리는 나무 색이 더 노래서

너의 구역이 더 반짝였지

너는 반짝이1등 나는 2등

노란 바닥이 너의 자리인 것도 질투했었지

 

그때 왜그리 무릎을 대고, 앉아

엉덩이를 들쑥날쑥 거리며

마른 걸레로 그렇게 열심히 바닥을 닦았는지

나도 그 이유는 모르지만

그것만이 내가 내세울 것밖에 없어서 그런 것 같아

너의 이름도 기억안나고

그냥 유달리 흰 얼굴 단발생머리만 기억나는구나

그리고 유달이 입술이 빠알갛다는 것도...

 

그때 나는 한번씩 꽃바구니가 교탁위에 얹어진 것을 보면

그 꽃을 가지고 온 학부모,

그리고 선생님이 유달기 그 학부모의 아이에게 질문도 많이하고

심부름도 많이하고 이름도 많이 불러 주던 것을 기억했어

완전히 공주였지

 

나는 완전히 시녀였고

사는 것도 힘들어

우리 가족은  먹는 쌀도 풍족하지 못하게 살았던 터라

나의 교실에  꽃을 갖다 줄수도 없는 엄마의 모습에

이를 갈기도 했지

 

신학기면 어김없이

가정방문을 하고,

울 엄마는 선생님오신다는 소리들으면

자지르지고

심지어 선생님이오시는 날 집에 없기도 했지

그때

나는 그런 울 집을 선생님 및 친구들에게 보여주는게

무서웠지

 

"나는 나중에 부모가 되면 치맛바람 많이 많이 낼꺼다

꽃바구니도 갖다주고, 촌지도 갖다주고, 은동회날 바나나도 사드리고..."

그렇게 선생님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었지만,

교실은 잔혹했어

엄마가 학교에 오는 횟수만큼 나는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나는 언제나 소외되었기 때문이지

나는 그 소외가 너무 무서웠나봐

그 소외를

교실바닥을 깨끗이 광을 내 며

내 자리를 보고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관심을 끌고 싶었던 것일까...

 

친구들이 아프면 선생님이 잘해주시는 모습

그것이 부러워

하루는 얼굴볼에 큰 흰파스를 붙였지

나는 '나 아프니 나 관심가져주세요'

라는 의미였는데

세상에 볼치기는 전염된다고 하면서 친구들이 오히려

나를 멀리했어

나는 너무 놀라 집에 와서 파스를 떼어버렸지

그렇게 소외된 어린시절

그것이 병이 된것 같아

 

아직도 나는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

안달이  난다.

친구야 너는 어떠니

너도 그렇니

너는 그래도 나보다는 나았던 것 같아

너의 마음에 들어가보지는 않았지만...

 

나는 늘 콩쥐를 부러워했고, 신데렐라를 부러워했지

유리구두를 신고 싶었지

진짜 엄마가 나타나ㅡ

나에게 백화점 옷과

학교에 치맛바람을 내고

나는 학교에서 선생님의 사랑과 관심의 대상이 되는  꿈을

늘 꾸곤 했었지

 

친구야

내가 이제 학부모가 되었다.

치맛바람?

ㅁㅁㅁ

나는 애들 학교에 찾아가지 못했다.

왜 못했는지 모르지만,

그럴 수 없더구나

살다보니....

 

한번씩은 우리애들이 소외된 것을 뼈저리게 느낄때도 있다.

그래도 , 우리 애들은 잘 견뎌내는 구나

나는 아마 어릴때 악마의 본성이 있었나봐

그렇게 소중한 부모님을 원망하고

다른 꿈을 꾸었기 때문이지

 

친구야 너도 이제 흰머리가 자욱하겠구나

나도....

예전에 나는 얼굴이 크고, 다리가 짧아서 늘

고개 숙이고 다녔는데

그때 나는 너무 너무 머리띠가 하고 싶었는데

부끄러워 못했거든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나는 마트에 들르면

머리띠를 사서 하고 다닌다

우습지 않니?

예전 생각하면

많이 아쉽고

많이 미안하네

특히

울 엄마한테

하늘에 계신 울 엄마한테

제일 미안하네

 

너무 너무 춥다

친구야

너의 이름도 모르고

어릴적 너의 빠알간 볼과

실루엣만 기억나지만

그때 너도 나와 같은 마음으로

교실 바닥을 열심히 닦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드네

 

 

그때 나는 유달리

'캔디'를 좋아했었다

나의 안소니를 찾았던 것일까

안소니를 찾았냐구

아니..산적을 찾았지

ㅎㅎㅎ

친구야 너도 나만큼 그때 외로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