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마루치아라치맘 2009. 6. 5. 22:28

제 기억에 추억의 선생님이 있습니다

그 선생님은 정말 평범한 외모의 모습이었습니다.

누구도 그 선생님을 선생님이라고 생각하지 못할만큼 평범하고 순박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당시 중학교 여선생님들은 정말 멋쟁이, 허풍, 자기 자랑으로 수업의 반을 채우곤 했답니다.

 

그때 저에게 오복수 선생님은 남달랐습니다.

화장기 거의 없는 얼굴, 아줌마 파마, 소박한 옷차림

그리고 수업시간에는 철학적인 이야기 삶을 개척한 이야기

시골이야기, 아름다운 시를 읽어주셨습니다.독학으로 어렵게 공부한 이야기

그당시만해도 여자가 대학을 나오고 또 선생님을 한다는 것은

1%도 안되는 몫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한없이 자신을 낮추고, 소박하고 잔잔한 인생이야기를 해주셨답니다.

 

자세한 기억은 없지만 정말 산골에서 정말 힘들게 공부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때 저는 선생님의 말씀속에서 선생님의 마음을 모두 본것 같았습니다.

그만큼 저는 선생님과 영적으로 통한것 같습니다.

저도 너무 평범해서,

또 다른 사람앞에 나서지 못하는 성격이라,

감히 선생님이라 찾아간적도 없고, 편지 한번 보내드리지도 못했지만

그당시 선생님의 수업속에서

저는  아름다운 소녀의 꿈과

문학의 꿈을 만들어 간것같습니다.

 

저는 지금 나름대로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힘들었던 삶속에서

이제 그 잠재해 있던 순수한 모습을

꺼내고 있는 중입니다.

그것은 없어지지 않는것 같아요

 

오늘 아침에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영이 맑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눈을 깊이 쳐다본다는 것을..

선생님은 저의 글속에서 저의 영을 보았을꺼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렇지만 글만큼 깨끗하지 못한것이 저의 본 모습입니다.

그래서  부끄럽습니다.

 

저의 조카가 아주 어릴때 이야기 입니다.

그때가 5살정도 되었을껍니다.

밥을 먹다가 갑자기 저의 눈을 빤히 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놀라서 조카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조카 왈

"이모, 이모 눈에 재엽이 있다"

조카 눈에 비친 저의 눈

눈동자안에 조카의 얼굴이 있다는 그 말

그때 저는 너무 아름다운 아이의 표현력에 놀랐습니다.

그때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런 조카가

요즘은 부끄러워 저의 얼굴도 쳐다보지 않는답니다.

그만큼 세상에 물들었기 때문이겠죠...

다른 사람의 눈을 잠시라도 빤히 볼수 있다는 것

그것이 다른 사람과 교감할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이 산골에 살면서

산에 핀 진달래꽃이 너무 이뻐

시골을 찾는 사람에게

꽃을 꺾어

시골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

도시로 돌아 가는 버스에 탄 사람에게 꽃소녀는 산에핀 진달래꽃을 꺾어 가는 길에  주었다는 그 말이

그랬던 것처럼...

 

시인 김수영이

서울대 다닐때 사귄 여학생

시골 부모님께 인사드리러 갔어요

그때만 해도 고지식한 시골 양반모습...

같이 인사드리러 가다

김수영은 시골길에 핀 꽃을 꺾어

 긴생머리를  2줄기로 땋아 꽃으로 묶어주었다고 하더군요

그 모습속에 나는 감동받아 울먹였었어요

시골어른들은 그 당시 여자가 긴생머리를 흐뜨리고 다니는 것을 

추하게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김수영의 애인은 그 당시 대학을 나온 엘리트 신여성이라서

그런 문화를 이해못했겠죠

그래서 김수영은 말못하고

길가에 핀 작은 꽃을 꺾어

머리를 묶어주었다고 하네요

너무 마음이 이쁘지 않나요

 

저에게 오래 오래 감동받은 모습

오래 오래 감동받은 글

그런 것들이 모여 저를 만든것 같습니다.

저의 원초적 모습으로 남아있는 거 같습니다.

 

아마 그런 사람들의 영은 저와 같아서 그런거 같습니다.

 

지금도 한번씩 저와 영이 통하는 사람을 만납니다.

특히 저의 글을 완전히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면

저는 미치도록 행복합니다.

 

순수하고 맑게 살고 싶은 저의 모습

정신과 의사는 저를 피트팬 신드롬(쉽게 말하면 어른되기 싫어하는 병)증세가 있다고 하더군요

아마 그런 류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아마 그 처방이 맞는거 같아요

 

30년전 그 국어 선생님이 저의 블로그 글을 보셨다고 합니다.

추억속에 남은 선생님의 모습을 쓴 글을 보고

너무 행복해 하신다고 합니다.

 

 오복수 선생님은

적어도 70살은 었다고  생각하는데

 선생님의 딸이 저의 블로그 글을  한번씩 프린트 해주신다고 하네요

그 이야기를 듣고 저는 너무 행복했습니다.

저의 이 작고 평범한 글이

한 사람에게 전달된다는 것을 생각하니...

저는 지금 너무 행복하고

너무 감사해서

마음이 뛰고 있습니다.

한번씩 내가 사는 삶의 방식이

늘 사람들에게 치이고, 당한다고 생각했는데도

한번씩 이렇게 통하는 이름을 찾을때는

너무 좋아 울고 싶어요

내 작은 양심때문에  합리적 생활을 못하고

늘 손해보며 살고 있는 것 같지만

나의 이 마음을 알아주는 이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행복하고요

 

그 삶을 살수밖에 없는 내모습이 서럽기도 합니다

 

선생님이 선생님 추억의 글을 읽었다는 것에

기적을 체험했고

또 영적으로 통했다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영이 맑은 선생님이

3년전 뇌출혈로 쓰러지셨다는 이야기

현재 많이 좋아지셨다는 이야기

의지력이 강해서 잘 이겨내신다는  이야기

그리고 저의 글을 읽고 행복해 하신다는 이야기

 

선생님 정말 반갑습니다.

너무 평범했고

너무 소박했고

너무 부끄러움이 많았던 저이기에

선생님은 저를 모르실꺼라고 단정하지만

 

 

그렇지만 이렇게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서

마음을 나누었다는 것

생각만해도 행복하고 힘이납니다.

저 열심히 살고 있어요

한번씩 정말 좋은 글

블로그에 올려놓을께요

힘든 몸

잘 이겨내셔야 합니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앓는 것이 병이라고 생각합니다.

거부할수 없는 것이기에

의지.신념이 강한 선생님은 멋지게 이겨내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