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께
이글을 쓴 분은 저의 시아버지시며, 경북 성주 금수면 봉두리에서 경산이씨의 종손으로 살고 계십니다.
처음 결혼을 앞두고 봉두리 종가에서 시아버지를 뵈었을때 그런 시골을 처음 보았습니다 그때 아버님은 삼강(三綱)을 말씀하셨다.
시아버지는 인륜(人倫)을 말씀하셨습니다.
너무나 동떨어진 윤리를 이야기해서 저는 한사실 한동안 저를 붙잡고 이야기 시작하시면 힘들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공자왈, 맹자왈..” 시작하셨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을 키우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집안의 법도를 배우고 사람사이에 散在해 있는 문제를 경험하면서 윤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았습니다.
특히 애들을 교육하면서 윤리의 부재가 얼마나 세상살아가는데 중요한 것을 깨닫게 되었씁니다.
저희 아버님은 이글을 쓴 저자입니다.
저희 아버님은 1934년생이십니다. 그 당시 시골에서 공부하여 대구에서 제일좋은 경북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셨습니다.
이후 십년정도 수학선생님을 하셨습니다
종손으로 부모님, 그리고 열번도 넘는 제사, 그리고 슬하에 있는 7남내를 키우기에 학교선생님의 월급으로 살수 없었습니다.
혼자 공부를 하셨기에(공부하는 방법을 터득) 시험은 잘 치셨지만 그 당시에 시험성적으로 공무원등 관직에 나가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학교선생님을 하시다가 선생월급으로 가족들 밥먹는 것이 힘들어 시골에서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시할아버님이 漢學, 풍수를 하셔서 아버님은 한학에 뿌리를 내린 채 현대 공부를 하셨습니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아버님은 나가지 못하시고 시골에서 많은 지식을 갇우고 사셨습니다.
다행히 아들 둘은 공부를 계속 해서 큰 아들은 정치학박사, 작은 아들은 공학박사를 하고 있습니다.
아버님은 이제서야 손수 세상에 무언가를 남기고 싶으신지 글을 쓰기 시작하셨습니다.
윤리의 핵심인 공자, 맹자의 사상을 중심으로 가정에서 지켜야 할 도리를 말씀하셨습니다.
현재 손자는 초등학교 2학년입니다 몇일전 방학이라 손자 算이가 할아버지 옆에서 3일을 보냈습니다 아버님은 손자 산에게 三綱을 알려주었습니다 .
산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三綱은 세가지 지켜야할 도리
君爲臣綱은 신하가 임금을 섬기는 근본
父爲子綱은 아들이 아버지를 섬기는 근본
夫爲婦綱은 아내가 남편을 섬기는 근본, 남편이 아내를 섬기는 근본
이라고 이야기 하더군요
산은 그렇게 외우면서
할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하더군요
‘할아버지가 할머니는 섬기는 근본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섬기는 근본
아버지가 할아버지를 섬기는 근본
어머니가 할아버지, 할머니를 섬기는 근본‘
아버님은 三綱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손자 산은 그 뜻을 이해하고 할아버지, 할머니의 지켜야 할 도리를 말하고, 아버지가 할아버지에 대해 하여야 할 근본을 말한다고 하더군요.
저희 애들은 말을 시작할때부터 엄마가 아닌 어머니를 가르쳤어요. 두자로된 말을 하기도 힘든 아들에게 3자로된 말을 하게 시킨것입니다.
남들이 들으면 가혹하리만큼 어려운 단어 ‘아버지’를 따라하게했습니다 그 자그마한 입으로 아들 산이는 “아.....버....지”라고 따라했습니다.
4년전부터 일주일에 한번씩 시댁에 갔습니다.
그냥 좋은 물건, 많은 돈을 쥐어 주는 것보다, 접대멘트로 매일전화하는 것보다 한번이라도 살아가는 모습, 실물을 보여드리는 것이 낫다는 저의 생각에 기인했던 것입니다.
매주 할아버지, 할머니를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물론 직장생화를 하는 저의 눈치를 보던 저희 남편은 너무 좋아하더군요.
몇 년 그렇게 시골의 할아버지를 찾아갔습니다
몇일전 아들 산이가 말했습니다.
아버지 나도 나중에 아버지 되면 내 아들에게 "아버지"라고 부르게 할껏이고, "매주 할아버지 한테 갈껍니다." ㅋㅋ
얼마나 깜찍한 멘트인가요
열번 말하는 것보다 한번 행하는 것이 더 낫죠
어린 손자의 영특한 모습을 지켜보는 아버님의 마음을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님이 몇년을 뒤적이며 만든 아버님의 글이 출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글이 한자로 적혀진 아버님의 글을 한글로 옮기고, 문어체를 현대 문법에 맞게 고치고, 다시 저의 남편이 글을 수정하면서, 우리는 아버님이 말씀하고자 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처음 시아버지의 글을 워드로 옮길때 수많은 한자가 틀린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워드로 옮기면서 쉴새없이 한글을 치고 F9을 눌러 한자를 찾아 옮겼지만 아버님은 손수 쓴 한자는 정확하고 문장은 간결했습니다.
글을 쓴 현대작가의 글처럼 수려한 문장은 아니지만 문장하나 하나에 아버님의 정성과 그리고 인생의 한과 아버님이 후손에게 남기고 싶은 덕담이 가득하답니다.
물론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은 한번 읽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2번, 3번 읽다보면 예부터 내려오는 예가 현대를 살아가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인생관을 알려주는 나침반과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溫故而知新이라고 했습니다.
예것은 예것이 아니라 오늘에 전해져 오늘에 맞게 만들어질때 진정 발전된것이고 새로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에 아버님이 전하고자 하는 종교관, 인생관, 미래관이 나타나 있습니다.
아버님이 전하고자 하는 것은 먼저 인간을 위한 것, 인간으로 살아가야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유교의 전통이 구태연한 허례의식이 아니라 진정한 유교의 전통은 인간존중과 사랑, 그리고 가족애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셨습니다.
아버님은 평생 종손으로서 힘든 짐을 지셨습니다 집안의 문제로 평생 무거운 짐을 지고, 평정되지 않은 집안의 문제를 저희가 이어받게 되었지만, 제가 10년 넘게 경험한 아버님은 삼강과 오륜을 지키시는 군자이셨습니다.
다음 종손 손자인 算을 지켜보면서 이글을 조금이나마 읽히면서 아버님의 철학을 전해주소 싶은 것이 아버님의 욕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만들어내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눈도 침침하시고, 귀도 많이 어두우신데도 주유소 기름을 넣으시면서 틈틈이 기록하신 글을 한번, 두번 , 세번 수정하면서 저도 많이 세상을 느끼게 되었답니다. 결혼하고 시댁에 대한 불만도 없어지고 가족의 마음으로 가다들어지더군요.
아버님! 아버님의 글 탄생을 축하드립니다.
꼭 산이가 이글을 산의 아들, 산의 손자에게 계속 내려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많은 독자도 이글을 읽고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를 깨닫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어렵고 어색한 글들이지만 2번, 3번 읽다보면 세상의 도리를 깨닫게 될 것을 확신합니다. 저의 집안에 삶의 지침이 되어 전해질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벅찹니다. 아버님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