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새벽7시 능인고등학교 도착
순경공채시험 감독관으로 동원되었다.
여경5명, 남자경찰관 11명 채용시험인데 2,400명 정도 시험을 치는 곳에 왔다.
동원된 경찰관만 해도...
한반에 35명
내눈엔 모두가 눈알이 새까맣고, 똑똑하게 보이건만
삼수 사수생도 있어보인다.
어떤 수험생은 3회 동안 실제 치룬 문제를 꺼내놓고 정리한다.
그 추운데, 손을 호호하며 깨알같이 적은 노트를 외워대고 있다.
새삼 나도 저런 시험을 치고(사실은 지금은 그때보다 쉬웠음)
여기 이자리에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100대1도 넘는 경쟁
내가 감독하는 시험장에 합격생이 없을 가능성이 75%인데도 나는 나대로 새벽부터 12시까지 꼬박 일을 하였다.
시험을 치루고 답안지 제출하는데도 경찰관이 줄을 서서 10분정도 기다려야 했다.
이렇게 어려운 시험을 치루고 자리를 잡아야 한다니
사실 그만큼 좋지는 않은데.....
커가는 나의 아이들
이런 힘든 시험을 겪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프다.
성장하면서 이렇게 큰 장애물이 있다는 것을
아직 나의 아이들은 현실적으로 느끼지 못하겠지만
그것을 알고 있는 나는 내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니 벌써 부터 미안하고 불쌍하고 두렵다.
열심히 하면 행복의 파랑새가 있다고 하려니
앞으로 닥칠 험난한 길이 ...
열정을 가지고 정말 빡빡한 시험문제 100문항을 고개한번 안들고 치루고 있는 꽃다운 아가씨들을 보니
저네들이 무슨 죄가 있어 이 추운데 손을 호호대며 시험준비를 할까라는 생각이든다.
그런 힘들 과정을 이기고 앉아있는
내옆에 신참들을 보니
새삼 고개숙여 진다.
시험친 장소는 능인중고등학교, 불교학교다.
교실 뒤편 게시판 "반야심경"이 적혀있고
그 앞에 인사예절이라고 하면서 두손을 접어 합장하는 사진, 방법이 게시되어 있다.
선생님들께, 학교방문한 손님, 친구들에게 합장하며 인사를 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항상 고개숙이고 인사할때
한번씩 고개가 제대로 숙여지지 않아
상대방에게 오히려 인사하고 불쾌감을 사지 않을까 염려된적이 간혹 있었다.
아마 팔을 뻗고 고개만 숙여서 어색한 포스가 나온것 같다.
고개를 숙이고 동시에 손을 합장하는 불교인사예절
그 예법을 군대와 경찰에서 접목한다면 좀더 예의스럽고, 더 멋진 제복입은 사람의 포스가 나오지 않을까
거수경례보다는...
뒤편에서 고정으로 감독을 하면서
나는 새삼 내옆에 앉아있는 동료와 열심히 시험을 치는 그네들에게
두손모아 합장한다.
'용기있는 당신들 대단하십니다.'
거의 3시간을 뻗치기 하고 나니 허리에 무리가 온다.
오랜만에 본 선배의 모습에서 세월의 향기, 세월의 무게도 느꼈다.